밤새 LP가스 12㎏ 누출된 상태서 작업 시작 '펑'

지난 6월 14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남양주 지하철 공사현장 폭발사고는 총체적 안전불감증이 부른 예고된 참화임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공사는 애초 무자격업체에 발주됐고 공사현장은 방치됐으며 안전 관련 교육이나 조치는 문서상으로만 형식적으로 이뤄졌다. 사고 후에는 마치 안전조치를 충분히 한 것처럼 문서까지 조작됐다.

경기 남양주경찰서 수사본부는 26일 원청인 포스코건설 현장소장 신모(50)씨 등 5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안전관리팀장 최모(36)씨 등 14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등 3개월간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사고 원인은 '지하 12m 작업장에 LP가스 12㎏ 누출'
폭발사고는 사고 전날인 5월 31일 오후 5시 현장 근로자 하모(53)씨가 작업을 마친 뒤 LP가스통의 밸브의 잠금상태를 확인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씨가 다음 날 오전 7시 27분께 산소용접기로 철근을 자르는 용단작업을 하던 중 지하에 체류 중인 가스가 폭발한 것.

경찰 감식결과 가스와 함께 사용하는 산소통의 밸브도 열린 상태였다. 또 시뮬레이션 결과 폭발은 약 8㎏ 정도의 가스가 체류했을 때의 폭발력으로, 경찰은 사고 당시 약 12㎏의 가스가 누출됐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하씨와 현장인부를 감독하는 하청업체 매일ENC 박모(41) 차장은 경찰에서 "가스용기의 밸브 잠긴 상태를 확인했다"고 진술했으나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거부하거나 '거짓반응'이 나왔다.

지하로 연결된 호스나 연결부위에는 문제가 없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사고 전날부터 가스가 지하 작업장에 지속적으로 누출돼 폭발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안전 조치 '형식적'…문서 조작 또는 위조까지
현장 근로자가 작업도구를 방치한 채 퇴근했음에도 현장 관리자는 이를 감독하지 않는 등 사고 전까지 공사현장의 안전조치가 형식적으로 이뤄진 사실이 확인됐다.

포스코건설 안전관리팀 최모(36) 과장은 지난 3∼5월 공사와 관련해 4차례 열린 안전보건협의체 회의에 참석한 것처럼 회의 명부를 매번 위조했다. 안전보건 협의체 회의는 원청·하청업체 현장 소장 등이 작업의 위험성을 사전에 논의하고 대책을 협의하는 회의다.

감리를 맡은 이모(48)씨는 포스코건설 안전관리팀 직원에게 사고 발생 뒤 문서를 조작해 LP가스 작업의 화재·폭발 위험에 대한 안전교육과 근로자들이 작업에 적합한지 조사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 또는 위조하도록 지시하기까지 했다.

근로자 음주 상태 여부 등 작업에 적합한지를 확인하는 '작업안전 적합성 검사 체크리스트'는 위조됐고, 작업 전 공사의 위험성 등을 사전에 교육하는 '툴박스미팅(TBM) 활동일지'는 조작됐다.

또 포스코건설의 안전관리팀장은 사고 발생전 지하 작업장의 가스농도를 측정하지 않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밀폐공간 작업환경측정' 문건을 조작하도록 했다.

◇애초부터 무자격자가 공사
원청인 포스코건설은 공사에 포함된 일부 공정을 할 수 없어 공사를 맡을 자격이 없는 매일ENC에 공사를 맡겼다. 당시 매일ENC는 미장·방수공사업, 포장공사업 등 등록이 정지 또는 말소된 상태였다.

매일ENC 역시 무등록 건설업체에 재하도급을 준 것으로 확인돼 대표이사 이모(60)씨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매일ENC는 3월 4일∼4월 7일 한 달동안 법적으로 자격이 없는 사람을 현장대리인으로 세우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감리단의 감리 소홀, 원청업체의 문서 위주의 형식적 안전관리, 하청업체의 부실한 현장관리 등 총체적 안전불감증이 맞물려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일 7시 27분 남양주시 진접읍 지하철 진접선 공사현장에서 폭발사고로 4명이 숨지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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