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설치된 구형시스템 이관 연동기능 없어

19일 서울도시철도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일어난 승객 김모씨(36) 사망 사고와 관련해 해당역 스크린도어(PSD) 시스템에는 ‘스크린도어’와 ‘전동차 출입문’ 연동 기능이 없어 스크린도어가 닫힌 뒤에는 다시 열리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5호선 김포공항역 운영기관인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오후 2시 브리핑을 열고 “해당 승강장에서는 전동차 출입문과 스크린도어가 동시에 열리고 닫힐 때는 전동차 출입문이 먼저 닫힌 뒤 1~2초 뒤 스크린도어가 닫히도록 설계돼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사고 현장 스크린도어 시스템은 2005년에 설치된 노후시스템으로 최신의 그것과 달리 연동기능이 없어 스크린도어와 전동차 출입문이 이상 신호 감지 없이 닫히게 되면 그 이후에는 기관사가 전동차 출입문을 수동으로 열더라도 스크린도어가 함께 개폐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포공항역은 곡선 형태의 승강장 특성으로 운행 전동차 외부 몸체가 스크린도어 센서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난반사시켜 센서가 마치 물체를 인식한 것처럼 오작동해 스크린도어가 반복적으로 개폐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런 이유로 전동차가 움직이는 동안에는 적외선 센서에서 물체 감지 신호가 잡혀도 스크린도어는 열리지 않도록 설정됐다”고 말했다.

따라서 “전동차 출입문과 스크린도어가 모두 닫힌 상태에서 ‘스크린도어와 전동차 출입문 사이에 승객이 끼어 있다’는 신고를 접수받고 기관사가 전동차 출입문을 다시 열었다가 20여초 후에 닫고 출발했다”는 브리핑 내용에 비춰봐도 스크린도어는 다시 열리지 않았다는 것이 도시철도공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취재 결과 승강장에서 대기하는 사람들이 외부에서 스크린도어를 열 수 있는 방법도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승강장에 있는 사람들이 스크린도어를 직접 옆으로나 바깥쪽으로 열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승강장에 있던 한 시민은 “만약 그런 장치가 있었다면 사고를 목격했을 때 바로 구출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에 설치된 CCTV 시스템도 사고를 막지 못했다. 승강장에는 사고 현장을 감시하는 CCTV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 또 승강장 위층에 있는 역무원 근무장소를 비롯해 역무실에 설치된 CCTV 모니터에는 40여개의 분할 화면이 출력되고 있었고 이 중 한개가 사고 현장을 비추고 있었다.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CCTV를 이용한 사전 위험경보시스템은 구축돼 있지 않다”며 “사고 당시 승강장과 위층 근무장소에 역무원이 있었는지와 CCTV 모니터링이 이뤄지고 있었는지 여부는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경찰 조사에서는 전동차 출입문과 스크린도어 사이에 있는 물체를 감지하면 이를 알려주는 경보등이 작동되지 않았으며 기관사는 승객이 끼였는지와 안전하게 빠져 나왔는지를 직접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들은 “승객이 끼었는데도 어떻게 스크린도어가 닫힌 것인지, 경보등은 왜 작동되지 않았는지, 전동차 출입문이 열렸는데도 어떻게 사고가 일어났는지 등 정확한 사실은 경찰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스크린도어와 전동차 사이 20cm 정도의 좁은 공간에 갇혀 출발하는 전동차에 의해 7m 정도를 끼여 밀려 가다 승강장 쪽으로 튕겨져 나왔다. 이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원이 김씨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사고가 일어난 지 한시간 뒤인 8시 18분경 숨졌다.

나열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직무대행은 “유가족과 시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사고 원인을 찾는 경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고인의 장례절차 등 예우에 관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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