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들에게 최대의 적은 산업재해다. 근로현장에서는 언제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 모른다. 실제로 수많은 근로자들이 작업 중 사고로 목숨을 잃고 다친다. 이런 경우 산재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책임을 지는 의무보험으로 산재보험이 마련됐다.

산재보험은 원래 사용자의 근로기준법상 재해보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사업주로부터 소정의 보험료를 징수하고 그 재원으로 사업주를 대신해 산재근로자에게 보상을 해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0년대 공업화가 진전되면서 산업재해가 급격히 증가했다. 이로 인한 산재 근로자를 돕기 위해 1964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사회보험제도로 도입한 것이 산재보험이다. 그러나 이 산재보험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발생한다. 산재를 당했다고 모두가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니고 절차도 복잡하다. 결국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는 경우도 흔하다.

이 산재보상이 내년부터는 적용범위가 확 넓혀져 근로자들의 시름을 덜어줄 수 있게 됐다. 내년부터는 출퇴근 과정에서 발생한 재해는 대중교통, 자가용, 자전거, 도보 등 방법에 상관없이 모두 산재로 인정받도록 하는 내용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자가용, 자전거, 도보 등 방법에 상관없이 모두 산재로 인정받도록 하는 내용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자가용·도보 등 이동수단 불문
통상적 경로 출퇴근 사고 모두 ‘산재 인정’

출퇴근 중 식료품 구입·병원 진료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일탈  경우도 혜택
산업재해 한 종류로 출퇴근재해 신설
구상금조정협의기구를 별도로 설립해
자동차보험과의 구상금 문제 등 해결

초기의 산업재해는 건설현장과 위험한 기계·기구를 설치·사용하는 사업장에서 주로 발생했지만 산업사회의 현대화·고도화·정보화 등으로 재해 발생원인도 다양해졌다. 신종 직업병과 과로, 스트레스 등에 기인한 재해가 급격히 증가하는가 하면 출퇴근 시의 사고도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 출퇴근 중의 재해를 산재로 인정하느냐 않느냐 하는 것도 까다로운 문제였던 것이다.
산업재해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산업재해 자체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이미 발생한 산업재해로 다치거나 또는 사망한 경우는 그 산재근로자나 가족을 보호해 주기 위한 산재보상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할 것이다.

돌이켜 보면 산재보험제도가 처음 시행된 1964년에는 상시근로자 500인 이상을 고용하는 대규모의 광업과 제조업 부문에만 보상이 적용됐었다. 그러던 것이 그 적용범위가 점차 확대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00년 7월 1일부터는 근로자 1인 이상을 고용하는 사업장의 근로자에게까지 범위가 확대되고 2005년 1월 1일부터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산재보험의 특성을 살펴 보자면 우선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대해 사용자에게는 고의·과실의 유무를 불문하는 무과실책임주의이다. 또 보험 보상의 기금이 되는 보험료는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아닌 사업주가 전액 부담한다. 하지만 산재보험급여는 재해발생에 따른 손해 전체를 보상하는 것이 아니라 평균임금을 기초로 하는 정률보상방식으로 행한다. 또 재해보상과 관련되는 이의신청을 잦아 이를 신속히 처리하기 위한 심사 및 재심사청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근로자의 입장에서 산재보상을 받으려면 적법한 절차를 밟아야 할 경우가 생길 수 있고 이럴 때 경험이 없어 해결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근로자의 경우 다양한 재해 상황에서 적절한 산재보상을 받는 것이 마땅한 권리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법 개정으로 인해 산재보상 범위가 크게 늘어난다. 특히 출퇴근 재해 관련 산재보험 보상범위가 대중교통·자가용·개인 이동수단·도보 등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의 사고까지 확대된다는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현행법에서는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는 사고의 업무상 재해 인정과 관련해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 아니면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통상적인 출퇴근 경로에서 일탈 및 중단 중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출퇴근 재해로 보지 않지만 내년부터는 일탈·중단의 사유가 식료품 구입, 병원 진료 등과 같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인 경우에는 출퇴근 재해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자동차로 출퇴근 중 사고발생시 재해자는 산재보험과 자동차보험 모두 보상을 청구할 수 있고 보상금을 지급받는 과정에서 구상금 조정 등으로 지급이 지연되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구상금 협의·조정기구도 운영된다.

이번 법개정에는 공무원·교사·군인 등의 경우와 근로자간의 형평성 문제도 한몫을 했다.
공무원·교사·군인 등에는 출퇴근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자에 대한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것도 법개정의 원동력이 됐다고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9월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다 넘어져 다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자전거가 회사에서 제공한 교통수단이 아니라는 이유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사건에서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사업주 지배하의 출퇴근 재해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보호하는 현행 규정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실마리라 할 것이다.
이번 법 개정은 통근 방법에 따라 근로자를 차별하던 기존의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한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해 출퇴근하다 사고를 당한 경우에 업무상 재해를 인정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헌재는 “도보나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교통수단 또는 대중교통 등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는 사업주가 제공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와 같은 근로자인데도 출퇴근 중에 발생한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하는 차별 취급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장의 규모나 재정여건의 부족 또는 사업주의 일방적 의사나 개인 사정 등으로 출퇴근용 차량을 제공받지 못한 근로자는 비록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더라도 출퇴근 재해에 대해 보상받을 수 없다는 차별은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다만 단순 위헌 결정을 내릴 경우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최소한의 법적 근거가 상실되는 상태를 우려해 2017년 12월 31일까지 해당 조항을 유지토록 한 것이다.

물론 헌재 결정에 “산재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이 발생하더라도 불이익은 개별 사업장의 근로조건 및 복지수준 등의 차이에서 오는 불가피한 결과이고 재보험의 재정상황, 사업주와 근로자의 사회적 합의, 전체적인 사회보장의 수준 등을 고려해 입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소수의견도 있었다.

현행법에 의하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제공한 차량 등의 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사용자가 이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근로자의 출퇴근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 해당돼야 업무상 재해인정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사업주가 제공하는 교통수단 이용자만 산재로 인정되는 것은 불평등 하다는 취지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관련법에 대한 개정이 이뤄진 것이다.
이에 따라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 아닌 도보, 자전거,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다가 사고를 당했더라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다만 산재보험법 제37조제2항에 따르면 업무상 재해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 범죄행위 등이 원인이 돼 발생한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법률안의 주요내용은 크게 네가지로 ▲출퇴근의 정의 신설 ▲산업재해의 한 종류로 출퇴근재해를 신설한 것 외에도 ▲출퇴근 중 경로 일탈이 있는 경우 출퇴근재해 적용을 하지 않도록 하고 예외적으로 경로 일탈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이유로 발생한 경우 출퇴근재해를 적용하도록 한 것과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른 책임보험에 대한 구상금청구 문제를 협의·조정키 위해 구상금조정협의기구를 설립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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