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종의 사고가 반복 발생하고 있다. 그것도 여기저기서 경쟁이나 하듯이 사고연발이다. 이러다 큰일 나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얼마전에도 화력발전소에서만 3건의 대형사고가 있었다. 알려진 것만 3건이지 은폐 의혹이 제기된 사건까지 합치면 훨씬 더 많을 수 있다. ‘화력발전소는 노동자들의 무덤인가’라는 소리가 나올만 하다는 것이다.

태안화력 3호기 보일러 공사장 사망사고를 비롯해 죽고 다치는 희생자들은 발전사의 하청 또는 하청의 하청업체 노동자들이라는 것도 문제다.

발전사의 하청 업체들은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원청인 발전사의 재평가를 통해 퇴출되거나 고용노동부로부터 3차 위반에 해당하는 행정조치를 받게 된다. 이를 회피하기 위한 은폐 시도가 의심되는 이유다.

인천 월미 테마파크에서는 놀이기구에서 사람이 떨어져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놀이기구 사고는 잊을 만하면 터지는 단골메뉴다. 사고가 난 놀이기구는 문어다리 형태로 회전하는 크레이지 크라운으로 운행 중 몸체와 다리부분 연결 볼트가 파손되면서 승객 2명이 탄 의자가 약 3m 아래로 떨어졌다.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때 안전요원은 제 구실을 하고 있었던가. 이 역시 회의적이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국 유원시설에서 모두 68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일명 디스코팡팡이라고 불리는 원형 회전 놀이기구를 타다가 다치는 경우가 많았고 그외에도 바이킹, 후룸라이드, 롤러코스터 등 각종 놀이기구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안전장치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사고가 난 시설에는 어떤 행정처분이 내려질까. 대부분 시정명령이나 아니면 10일 미만의 영업정지 조치에 그치고 있다. 누가 솜방망이를 두려워하랴.

제주도의 한 공장에서 특성화고 고등학생이 현장실습 중 사고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알고 보니 현장실습생의 열악한 처우와 근무환경이 사고를 부르고 있다.

말이 실습이지 고된 노역을 치르는 상황이었다. 실습생에게 일을 시키는 업체의 작업환경은 ‘총체적 부실’로 드러났다. 안전·보건에 대한 교육은 싹 빼놓았고 안전난간 미설치, 지게차 작업계획서 미작성 등 곳곳이 재해의 함정, 무법천지였다.

학생이 실습을 하는데 이를 지도하거나 관리하는 직원도 없었다. 공부가 아니라 일하는 시간만도 하루 8시간이 넘었다.

그럼에도 현장실습 관련법을 어긴 업체 가운데 정부의 과태료나 벌금 처분을 받은 업체가 단 한곳도 없다고 한다.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실습업체가 전체 3만여곳이나 된다는데 교육부가 직접 현장을 점검하는 곳은 불과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무늬만 교육 현장실습이지 실제는 조기취업에 노동력 착취가 아니었던가.

이름은 환경미화원인데 환경과는 동떨어져 있다. 반복 사망사고를 일으키는 열악한 환경이 문제가 되고 있다.

당국에서는 근로자 안전, 시민안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과연 한치의 빈틈없는 안전대책 수립, 안전시책의 완벽한 실행을 기대해도 좋을까. 항상 위험이 뒤따르는 작업장의 근로자들은 보호대와 안전모를 장착하지만 안전모를 썼다고 해서 반드시 안전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자칫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중대재해 앞에서는 스스로를 지키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각종 사업장들은 그야말로 위험이 상존하므로 ‘위험한’ 일자리로 규정돼 있지만 예고없이 덮치는 각종 대형사고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그러나 이 위험을 안전으로 바꾸는 것이 바로 사람의 지혜다. 위험요소를 스스로 찾아서 제거하려는 노력이 위험한 일자리를 안전한 일자리로 바꿔줄 수 있으며 학교 가는 어린이를 뒤따르며 보살피는 어머니의 지극 정성같은 안전의식이 근로자들을 위험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다.

안전 최우선의 목적은 사후 재난관리가 아니라 예견되는 모든 위기사태까지 포함하여 그 예방으로부터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가로막는 것이 ‘설마’라는 가정이다. ‘설마 지금 무슨 일이 있으랴’ 하는 막연한 기대가 사람을 잡는다.

안전에는 ‘설마’라는 용어가 통하지 않는다. 설마는 악마다. 그 설마가 얼마나 많은 목숨을 앗아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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