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민 참안전교육개발원 대표강사

다니엘 골먼의 저서 ‘감성의 리더십’에는 ‘감성지능을 갖춘 리더는 언제 사람들과 같이 협력해야 할지, 언제 귀를 기울이고 언제 명령을 내려야 할지 잘 알고 있다.

중요한 사안에 대한 나름의 감각에 귀를 기울일 줄도 알고 자신이 이끌고 있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가치관에 부응할 줄도 안다.

또 자연스럽게 인간관계를 중시하며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사안은 표면화시켜 개혁할 줄 알고 서로 조화를 이루는 집단 안에서 인간적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줄도 안다.

자신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경력을 소중히 여김으로써 흔들리지 않는 충성심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공동의 가치관에 호소하는 사명을 제시함으로써 사람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고무시킬 수 있다. 감성지능은 새로운 리더십의 조건이다’라는 내용이 수록돼 있다.

이 책은 1997년 ‘감성지능’이라는 책의 내용을 기반으로 2002년 집필됐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에 리더의 리더십으로 감성리더십이 앞으로 필요해진다고 한 다니엘 골먼의 주장이 이제는 진정으로 필요한 시기가 됐다.

최근 모 화력발전소의 협력업체 청년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다시 한번 고위험 작업에서의 외주화와 함께 안전관리자들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사업주와 안전관리자들의 의식에 큰 변화가 없다면 안전문화라는 개념이 도입돼 안전인프라를 잘 구축하고, 안전제도를 정비하고, 안전의식 확립을 위한 노동자 교육을 아무리 잘해도 이성이 지배하는 산업안전분야가 되고 만다.

그간 산업안전 관계자들은 사고의 주요 원인이 되는 노동자들의 불안전 행동을 줄이고 막아보겠다는 일념하에 불안전의식을 없애는 안전의식교육을 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스스로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이유를 알고 안전활동을 하게 하는 감성을 일깨우는 감성안전의식교육이 주목을 받았고 몇년동안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감성안전의식교육을 많이 시행돼 왔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안전의식 변화가 있다고 해도 궁극적으로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활동을 하는 사업주와 안전관리자들, 특히나 안전관리자들이 의식적 변화가 없다면 ‘산재공화국’이라는 대한민국의 산업안전은 안전해질 수 없다.

그렇다면 ‘사업주와 안전관리자들이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안전활동이나 안전관찰 등을 하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해본다면 대부분의 사업주와 안전관리자들은 ‘리더십’이라고 할 것이다. 리더십 중에서 ‘안전리더십’이라고 말할 수 있다. 

2014년 안전보건공단 안전보건정책연구실에서 발표한 ‘관리자 안전리더십과 안전문화가 안전행동에 미치는 효과’라는 자료를 보면 일반적으로 리더십의 의미는 어떤 무리를 다스리거나 이끌어 가는 지도자로서의 능력 또는 지도력으로 정의했지만 Peterson(2004년)은 안전리더십을 ‘현재 안전상태를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한 비전을 세우고, 비전 달성을 위한 방법을 고안해 가는 총체적인 과정’으로 정의했고 Wu(2005년)는 ‘조직의 맥락과 개인전 요소를 고려해 관리자가 직원들과 상호작용해 안전목표를 수립해 나가는 과정’이라 했다. 

이런 정의들은 Zohar(2002년)의 안전리더십 연구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그는 ‘안전리더십은 근로자의 행동 변화에 초점을 둔 안전관리가 아니라 관리자들의 구체적인 안전관리 행동을 향상시키는 것이 안전리더십이 핵심요인’이라고 했다.

즉 연구 결과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구성원들을 관리하는 능력자로서가 아니라 관리자 스스로 안전행동을 실천하는 것이 바로 안전리더십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안전관리자들의 안전리더십에서 ‘감성적 안전리더십’이 필요함을 제언하고 싶다.

감성은 ‘자극이나 자극의 변화를 느끼는 성질, 또는 이성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외계의 대상을 오관으로 감각하고 지각해 표상을 형성하는 인간의 인식능력’으로 정의된다.

좀더 쉽게 설명하면 감성적 안전리더십은 ‘구성원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느껴 안전활동을 함에 있어 좀더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으로 정의될 수 있다.

여기에서 얼마 전 발생했던 화력발전소의 안전관리자들의 안전리더십 부재를 생각해 보면 사고를 당한 청년 노동자의 근무환경을 평소에 지켜 봤을 것이다.

그러나 보는 것에 그치고, 이해하고, 느끼려 하지 않았기에 발생한 사고였고 사고 직후에도 즉시 모든 기계의 작동을 멈추지 않고 사고와 관계가 없다는 생각으로 일부 기계를 작동했다고 이야기한 것을 보면 감성적 안전리더십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이 말을 한 안전관리자뿐 아니라 해당 사업장 안전관리자들이 안전리더십의 부재, 특히나 감성적 안전리더십이 부재였다고 말할 수 있다. 

감성안전더십의 기본은 노동자들을 존중하고 배려를 바탕으로 관리자 스스로 노동자들의 상황을 느끼고 이해하면서 노동자들을 위한 사고예방을 위해 안전활동이나 안전관찰을 해나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감성안전리더십을 잘 발휘한 사례를 보면 G건설사의 안전관리자들은 현장에서 노동자들과 서로 안아 주고 웃어 주면서 믿음과 신뢰를 쌓아 가고 노동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활동을 많이 해서 자연스럽게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안전활동을 하기 위한 공감대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들 안전관리자들의 하루를 보면 작업시작 전 현장소장이 매서운 바람에 움츠린 노동자의 어깨를 다독이며 달콤한 사탕을 한줌씩 나눠 준다. 안전관리자들은 노동자들의 노고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존칭을 사용하고 마주할 때마다 안부를 묻는다. 작업하는 중에는 애로사항이 있으면 최대한 협조하고 노동자들의 의견을 경청하려는 안전활동을 하고 있다.

여기서 G건설사의 안전관리자들은 노동자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느껴서 그들이 안정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는 것으로 이것이 바로 감성안전리더십의 발휘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를 알아보면 U제철회사는 안전관리를 하는데 적발 위주의 안전점검에서 자율안전 정착을 위해 안전조회를 시행하는데 작업에 대한 내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현장별로 근무 시작 전 노동자들의 건강 체크부터 불안전한 부분 경청으로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또 입사 3년, 전환근무 3년, 정년퇴직 3년 미만자는 산재취약계층으로 분류해 특별히 신경을 더 쓰는 3·3·3운동을 도입했다. 특히 신입사원은 노란색 안전모를 쓰게 해 선배들이 자연스럽게 세심하게 안전에 신경쓸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이 바로 마음과 마음으로 이어지는 안전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안전관리자들은 이성적 판단으로만 노동자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고치게 하는 것에 치중했다면 위 사례의 안전관리자들은 노동자들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것에서 출발을 했음을 강조하고 싶다.

이 신뢰와 관심이 바로 감성적 안전리더십을 갖출 수 있는 기본이며 이 기본을 갖출 때 비로소 노동자들의 상황을 느끼고 이해하게 되며 관리자 스스로 노동자들을 위한 안전활동을 하게 되고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안전활동을 하게 된다.

‘사람의 마음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말처럼 안전관리자들이 노동자들을 이해하고 마음의 우군이 될 때 재해가 줄어 들어 ‘안전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박지민 parkjimin@safewoman.kr

저작권자 © 안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